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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량 구조 전공한 토목기사, 지금은 PR현장 누비는 CEO로 

[인터뷰] 피알브릿지 이지민 대표
토목기사 출신으로 새 분야 개척해 
하나로텔레콤 계열사 거치며 업력 키워와 


 
대개 홍보나 마케팅 분야는 문과 출신이 많다. 신문방송학이나 국문학 등 유관분야 출신이 두드러지기도 하고, 법이나 정치학을 전공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공계 출신이 많은 편은 아니다. 특히나 공대에서 설계나 시공, 설비 등을 전공한 사람은 더더욱 없다. 
 
이지민(42) 피알브릿지 대표는 그 소수 중 하나다. 대학에서 구조시스템공학을 전공하고, 교량이나 건물 설계를 공부했다. 학부 재학 중 토목기사 1급을 취득했고, 미래 구조기술사를 꿈꿨다. 그러던 중 대학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아예 바꿔서 선택한 것이 홍보 마케팅 분야다. 
 
지금은 언론홍보, 위기관리, 온라인마케팅, 행사, 이벤트, 스토리텔링, 광고 등을 담당하는 피알브릿지라는 회사를 세워 대표를 맡고 있다. 삼성전자, 미샤, 카카오프렌즈, 후지필름, 업비트 등 국내외 저력 있는 기업들이 그의 고객사다. 
 
우먼스플라워는 최근 이 대표를 만나 여성 직장인들을 위한 조언과 팁을 들어봤다. 이하는 일문일답. 
 
-당신은 누구인가.  


“홍보 및 위기관리, 디지털마케팅 등을 담당하는 대행사 피알브릿지의 대표다. 창업 후 9년 됐다.”
 
-언론학이나 광고홍보학을 전공했나. 


“학부에서 구조시스템공학을 전공했다. 홍보는 뒤늦게 대학원에서 전공했다””
 
-구조시스템공학은 무슨 학문인가. 


“토목에 IT를 접목한 토목공학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보통, 교량이나 건물 설계 전문가인 구조기술사로 나아가는 것이 정석 코스다. 100년 가는 빌딩, 200년 가는 다리, 이렇듯 오래가는 튼튼한 건축물들의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구조시스템공학도들의 직업이다. 나 역시 멋진 구조기술사가 되고자 학부 시절 토목기사 1급까지 취득했지만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에 진로를 바꿨다.”
 


-왜 바꿨나.  


“토목기사를 딴 이후 구조기술사 선배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어떤 선배 한 분이 여성이라서 불이익이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셨다. 당시에도 내가 여성적인 성품이라는 소리는 별로 못 들었지만, 그럼에도 충격으로 다가왔다. 연구소 생활까지 자처하면서 전공에 매진해왔는데, 한계가 더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 당시 토목공학의 세계는 남성 중심의 사회였고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미 마이너스인 시작점에서 시작한다는 점에도 반발심이 있었다. 그래서 진로를 바꿨다. 성공한 여성이 많은 분야라는 이유로 홍보 직무를 선택했다.”
 
-어디가 첫 직장이었나. 


“IT 전문 홍보대행사에서 첫 직업을 시작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공대생이 홍보업계에 입문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내가 취업한 1999년은 때마침 ‘테헤란밸리’를 중심으로 IT산업이 꽃을 피우고 있던 시기였다. 이 때문에 IT나 공학에 조예가 있는 공대 출신을 홍보맨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이후 나는 홍보라는 새로운 분야에 집중했다. 처음 접하는 세계에 밤이 새는 줄 모르게 재미있게 임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후의 커리어는. 


“하나로텔레콤 계열사에서 운영하던 포털사업 부문에서 8년여 간 홍보마케팅 담당자로 일했다. 하나로텔레콤이 SK에 인수될 시점에 회사에서 나와 다시 홍보 전문가로 바로서기 위해 홍보대행 업계로 돌아왔다. 이후 2년여 후 회사를 창업했다. 홍보를 뜻하는 피알과, 교량설계의 브릿지를 조합해 피알브릿지라고 이름 지었다. 언론과 기업 간, 기업과 고객 간의 소통을 이어주는 브릿지로서의 역할을 잘 해내는 기업을 만들고 싶었다.”

 

-일하면서 대표 업적이 있다면.  


“IT, 뷰티, 패션, 유통, 금융, 교육, 중기,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유수의 기업들을 담당해왔다. 뷰티 로드샵 대표 브랜드로 꼽히는 미샤나 오늘날 문화 트렌드의 중심인 카카오프렌즈, 암호화폐 거래소 및 블록체인 업계 1위 기업인 업비트 등이 주요 고객사로 꼽힌다. 이 외에도 숙박 O2O(Online to Offline) 기업 야놀자, 채용포털 강자 사람인 등도 우리 회사에서 맡았던 회사들이다. 그 동안 70여곳의 기업이 우리와 함께 일을 했다. 최근에는 핀테크와 블록체인 시장에서 홍보 전문성을 펼쳐나가고 있다.”
 
-언론이나 광고홍보 비전공자로서 한계는 없었나.  


“학문적 갈증이 컸다. 내가 공대를 나오고 바로 현업으로 뛰어든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이론적으로도 맞는지 검증하고도 싶었다. 이를 위해 언론홍보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땄다. 일과 병행하다 보니 졸업하는데 까지 3년 반 정도가 걸렸지만 값진 시간이었다.”
 
-창업 후 가장 힘들었던 점은.  


“홍보는 사람이 하는 일이다. 기계가 대신하는 것은 어렵다. 좋은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고 가장 어렵다.”
 
-어떤 사람이 좋은 인재인가. 


“단순히 스펙이 좋은 사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를 사랑하는 열정과 자긍심, 자기주도력이 있어야 하고, 여기에 소통과 콘텐츠기획 능력이 기본으로 받쳐주어야 한다. 나 역시 CEO로서 후배들을 좋은 인재로 육성하기 위해 교육과 멘토링에 신경쓰고 있다.”
 
-후배 여성 직장인이나 졸업반 여성들에게 조언한다면.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홍보 업계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내가 맡고 있는 산업군에 대한 공부를 끊임없이 해야하고, 특히 컨설팅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홍보인도 병을 고쳐주는 의사, 법적 문제를 해결해 주는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커뮤니케이션 위기를 대응하는 전문직으로서 위상을 확보해야 한다. 이런 자신만의 전문성을 만드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우먼스플라워 박종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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