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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모든 여성은 아름답다" 2030도 할머니도 찾는 드레스 카페

망원동 유미의 드레스룸 오유미 대표 인터뷰
고교 때부터 통역사, 행사 MC 등 10가지 직업 경험
노인정에서 드레스 입기 봉사활동 열기도

 

‘당신은 그 자체로 세상에 둘도 없는 존재로 아름답다-.’ 드레스룸 업체 ‘유미의 드레스룸’ 창업주 겸 대표인 오유미(24)씨가 내세우는 슬로건이다. 유미의 드레스룸은 일상에 지친 여성들이 한 번은 입어봤으면 하는 드레스를 대여해 주는 회사다. 20대 여성을 비롯, 마른 여성, 기혼 여성, 중장년 여성, 성소수자 등 다양한 종류의 여성들이 방문한다고 오씨는 말한다. 
 
지금은 모든 여성에게 ‘아름다움의 경험’을 파는 사람이지만 오씨는 어릴 적만 하더라도 변호사가 꿈이었다고 한다. 돈 없고 힘 없는 사람의 편에 서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하지만 집안 사정은 녹록지 않았다. 오씨는 부친의 사업이 어려워지자 대학 진학을 미루고 열일곱살 때부터 돈을 벌어야 했다. 컨퍼런스 MC와 모델, 쇼핑몰 등 해본 직업만 10가지가 넘는다. 지금 사업인 유미의 드레스룸도 그렇게 시작한 사업이다. 학점ㆍ취업 등으로 힘든 대학생들에게 드레스를 입어보게 하고 싶었단다. 

 

우먼스플라워는 최근 오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어쩌다 드레스룸을 창업했나.

 

"요즘 젊은이들에게 즐거움이 많지 않다. 예쁘고 맛있는 음식 먹고, 사진 찍고,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정도다. 그래서 사진에 착안했다. 또 다른 아이디어는 중국인 관광객의 사진 촬영이다. 어린 시절 중국에서 살아 중국인 친구들이 많다. 중국인 친구들이 한국에 오면 으레 찾는 코스가 한복 촬영, 교복 촬영이다. 그런데 해외와는달리 국내에는 드레스 카페는 없었다. 물론 웨딩드레스 카페는 좀 있지만 20대가 웨딩드레스만 입기에는 다소 부담스럽고 가격도 비싸다. 그래서 동화나 애니메이션 속 인물에 대한 드레스에서부터 웨딩 드레스까지 다양하게 준비해 창업하게 됐다."

 

-동화 속에 나올 것 같은 옷들이 많은데. 

 

"여기 있는 곳은 전부 내가 디자인 했다.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싶은 사진이 나오도록 최대한 예쁘게 꾸몄다. 미녀와 야수를 떠올릴 수 있는 찻잔에서 인어공주의 조개 소파까지, 한 번은 가졌던 여자들의 꿈을 추억할 수 있게 했다. 영화제에서 나올법한 포토월과 미스코리아 왕관과 어깨띠, 예쁜 보석 구두와 보석 화장품이 가득한 드레스룸도 만들어뒀다. 카페 중앙에는 천국의 계단도 있다."

 

-이곳을 찾는 고객 층은?

 

"20~30대 여성이 다수다. 하지만 어머니 세대, 할머니 세대 여성들도 꽤 방문한다. 성적 지향성을 기준으로 말하자면 소수자들도 방문한다."

 

-중년 여성을 위한 드레스도 있나. 

 

"그렇다. 고객으로 왔던 딸들이 엄마들을 데려 오더라. 그 때 '어머니들 드레스도 갖다놔야겠다' 싶어 추가로 드레스를 제작했다. 물론 사이즈는 기존에도 다양하게 있었다. 사업 시작 당시 ‘저는 볼륨감이 없어서, 말라서, 뚱뚱해서 못입겠어요.’ 등 온갖 이유를 들을 때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항상 당신 자체로 아름답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사회가 정한 미의 기준이 아니라, 모든 사람은 그 자체로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한다."

 

 

◇창업 5개월 만에 주말 이용객 30팀씩 

 

-재방문 고객이 많나.

 

"그렇다. 다른 드레스 카페 사업과는 약간 다르다. 재방문 고객이 많다. 한 번 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찍어본 고객들이, 다른 경험을 원해 다시 방문하는 것이다. 인어공주로 포스팅을 했으면, 다음 번에는 백설공주로 포스팅을 할 수 있는 식이다. 아예 다른 곳을 방문한 것처럼 색다른 경험과 추억이 가능하다." 

 

-대여료는 얼마인가. 

 

"미니 드레스 1만5000원, 롱 드레스 2만원이다. 점심 한 끼 정도를 기준으로 맞췄다. 내가 알기로 유명 드레스 거리에서 드레스 대여료가 최소 10만원 정도는 하는 것으로 안다. 모든 여성들이 입을 수 있도록 가격 문턱을 낮춘 것이다."

 

- 돈이 되나.

 

"물론 이 사업으로 돈을 엄청 벌기는 어렵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여성들의 어릴 적 꿈을 실현시켜주는 느낌의 사업이라 기분이 좋다. 한 번은 중국 온라인사이트에 ‘점주님과 점주님 어머니(오씨는 어머니와 함께 가게를 운영한다)가 친절하고, 가격이 합리적이다. 도대체 어떻게 운영할지 모르겠다. 살면서 여자들이 한번쯤 가봐야 할 곳'이라는 후기도 있었다."

 

- 마케팅은 어떻게 했나.

 

"처음에는 어렵겠다 싶었다. 서울 시내도 아닌 마포구 망원동, 그것도 건물 2층에 매장이 있다. 망원동의 유동인구 수가 그렇게 많은 편도 아니다. 과연 될까 싶었는데 5개월 만에 이곳 예약이 약 평일 10팀, 주말 30팀으로 늘어났다.

 

물론 콘텐츠에는 자신이 있었다. 여자들은 주말에 친구나 애인 등과 예쁜 공간을 찾아가 여가를 보낸다. 여학생들이 인스타그램에 사진 하나를 올리면 그 친구들에게 입소문이 나는 식으로 영업이 됐다. 어떤 고객은 노인정 할머니들 사진을 보고 찾아오기도 했다. 할머니들에게 봉사활동으로 드레스 촬영을 진행했는데, 그 때 놀러오셨던 할머니께서 친구분들에게 추천하고, 또 며느리나 딸에게 추천하기도 했더라. 또 최근에는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중국 관광객들도 많이 늘었다."


 

◇드레스 입어보고 눈물 흘리는 할머니 보고 뭉클

 

 

- 수익구조가 궁금하다.
 

"처음에 나도 과연 이게 수익이 될까 싶었다. 하지만 레스토랑이나 밥집은 재료를 계속 사고 또 신메뉴를 개발해야 하는데 반해, 드레스는 유지 보수만 하면 돌고 돈다. 한 달에 한두벌 정도 더 업데이트 하면 되고, 유행하는 콘셉트 별로 몇 벌 더 들여놓으면 된다. 물론 지금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엄마랑 같이 일하고 있다."

 

-할머니,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했다고.


"마포구청에서 음료값을 지원받아, 무료 촬영 행사를 진행했다. 처음에는 '젊은 아가씨들이 입는 옷을 어떻게 입느냐'던 할머니들이 막상 입고서는 눈물을 흘리셨다. 한 분이 입으시니 다른 분들도 어려움은 없었다. '결혼 후 40년 만에 처음으로 드레스를 입어봤다'면서 감격하신 어르신도 있었다. 거울 앞에 선 표정은 공주님이나 다름 없었다. 그 이후로도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당신은 어떤 마음 가짐으로 사업을 하나.
 

"나는 고교 때부터 어렵게 여러가지 일을 한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동대문에서 옷장사를 했던 경험, 모델을 한 경험, 그 외에 관광 가이드나 통역, MC 등 어느 경험도 내게 도움이 되지 않은 게 없다. 그 경험과 그동안의 꿈을 바탕으로, 여자들이 꿈꾸는 공간을 제공하는 이 사업을 키워보려고 한다.

 

또, 여자로서 어떤 삶을 살아야할지 나부터 미리 생각하게 된다. '경력단절여성'이라는 말이 제일 안타깝다. 육아와 가사야 말로 진정으로 숭고한 경력이라고 생각한다. 당신 자신 보다 남편과 아이를 사랑하고 그들 세계를 확장시키는 것은 경력 아닌가. 주부들, 할머니들이 경력 외에도 자신만의 아름다움과 정체성을 가지고 사셨으면 한다."

 

우먼스플라워 장채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