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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내전에 코로나19까지…예멘 여성들이 직면한 생존 위기 

전쟁으로 남성들이 사라지면 노동은 고스란히 여성만의 짐으로 남는다. 양육이나 가사의 의무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어려움이 아랍 국가 예멘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최근 유엔여성기구는 홈페이지를 통해 내전 중 코로나19로 인해 이중고를 겪고 있는 예멘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움 누리아는 그 중에 하나다. 지난 17년 동안 예멘의 항구도시 알호데이라에 있는 학교 앞 빵가게에서 사모사(튀김 만두)를 팔아 생계를 유지해 왔다. 빵을 팔아 집안도 유지하고 아이들도 부양했다. 누리아는 “그동안 많은 직업을 시도해 봤지만 쉽지 않았다. 사모사를 파는 것이 수입에 좋았고, 학교 운영 시간에만 일하고 공휴일에는 쉬면서 지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5년 발생한 예멘 내전으로 누리아 역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원자재 가격이 인상됐고 가게 운영 경비나 임대료를 내기도 빡빡했다. 누리아는 또 심장병을 앓았고 자녀 6명 중 2명은 천식을 앓고 있었는데, 약을 살 돈도 없었다. 
 
사실 예멘의 여성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도 크다. 조혼과 아동 노동으로 인해 많은 여성들이 취약한 상황이고, 상당수 남성들은 내전으로 전쟁터에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이 때문에 누리아 같은 여성 가장들은 음식이나 수공예, 미용 등 자영업을 하지 않으면 생계를 이어나가기 어렵다. 
 
다행히 누리아 같은 일부 여성들은 자영업으로 성공을 하는 듯 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그들의 희망을 망치고 있다고 유엔여성기구는 분석한다. 많은 소규모 가게는 문을 닫았다. 학교도 문을 닫았으며, 이는 엄마들의 육아 부담으로 이어졌다. 
 
여성에 대한 폭력 역시 고질적인 예멘의 문제로 꼽힌다. 유엔인구기금 2017년 집계에 따르면 260만명의 예멘 여성이 폭력의 위험에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정폭력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유엔여성기구가 예멘 여성들을 위해 보호, 직업 교육, 스타트업 지원 등을 하고 있다. 디나 조르바 유엔여성기구 이라크ㆍ예멘 대표는 “예멘 여성들은 내전에 코로나로 인한 피해를 겪어왔다”면서 “이들은 지원은 물론 나라의 평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먼스플라워 박종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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