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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도 욕심 좀 냅시다” 기업의 별 ‘임원’이 전하는 임파워먼트

[당신이희망입니다⑥] 김기화 한국맥도날드 상무
주류회사 출신으로 유학 준비 중 스카우트돼 입사
“누구나 임원 가능성…페이스대로 하면 기회는 내 것”

‘임원’. 사회 첫 출발을 시작한 신입사원들에게는 가슴 벅차게 다가오는 단어다. 기업의 ‘별’이라 불리기도 한다. 좋은 예우와 대접을 받기도 하지만 ‘임시 직원’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가차없는 성과주의가 적용되기도 한다. 임원이 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같다는 말도 다들 한다. 여성 임원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아직도 많은 기업에서는 ‘OO업계 최초 여성 임원’ ‘OO계열사 첫 여성 임원’ 등의 기사 헤드라인이 여전하다. 
 
김기화 한국맥도날드 상무는 그 과정을 이겨내고 유명 외국계기업의 임원에 오른 사람이다. 외국계 기업에서 임원이 된 비결은, 그리고 이를 이뤄내기 위한 노력은 무엇이었을까. 김 상무는 “특별한 비결은 없다”면서도 “우리 여성들은 조금 더 욕심을 내야 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터뷰는 서울 종로타워에 있는 한국맥도날드 본사 회의실에서 이뤄졌다. 이하는 김 상무와의 일문일답. 

 

 

Q. 상무님께서는 임원이 된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초년병 시절 일하면서 임원이 될 것이라는 꿈을 갖고 계셨나요.
 
“비결은 따로 없어요. 저는 큰 꿈을 갖기 보다는 하루하루 주어진 문제를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서 해결하는 성격이에요. 임원이 되겠다는 계획도 없었죠. 하지만 모든 업무에 최선을 다해서 임하다보니 임원이 되는 기회가 온 것 같아요. 감사하게도 상사들이 (업무성과를) 잘 챙겨서 알아준 것도 있었고요.”
 
Q. 맥도날드에 입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11년 맥도날드에 입사했어요. 이전까지는 글로벌 주류기업에서 일을 했죠. 일이 바쁘기도 했고, 커리어의 변화를 주자는 생각에 유학을 결심했어요. 아이를 미국에서 공부시킬겸 저도 유학을 가려고 했죠. 그런데 당시 인터뷰 면접관이었던 분이 제게 꼭 입사면접을 참석해 달라고 해서 가봤어요. 
 
그런데 면접을 보면서 좋은 회사라는 생각에 진로를 틀게됐어요. 버거를 파는 회사가 아닌, 버거를 파는 ‘사람들’의 회사. 1만5000명의 한국 고용 직원 중 절반이 여성인 회사.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시하고, 여성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회사. 그런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유학을 포기하고 맥도날드에 경력으로 입사했죠.”
 
Q. 홍보 담당 상무로 일하고 계신데요. 홍보 상무는 어떤 직책이고, 어떤 덕목이 필요한지 궁금합니다. 
  
“홍보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설득하는 일입니다. 회사의 A에서 Z까지 모두 알아야 할 수 있죠. 또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법부터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까지 모두 알아야 합니다. 이 지식을 바탕으로 스토리를 만드는 것도 홍보의 일이죠. 
 
또 홍보를 할 때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또 회사의 방향을 알아야 하죠. 최고경영자의 생각부터 회사의 정책 방향 등 다각도에서 만능 엔터테이너처럼 꿰고 있어야 해요. 그래야 설득이 되죠. 
 
센스도 중요합니다. 내 할 말만 한다고 남을 설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시간, 장소, 목적과 같이 메시지를 구성하는) 모든 부분을 갖추고 있어야 홍보인은 설득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것을 꿰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적시적소에 맞는 스토리를 제안할 수 있어야 하니 센스와 다방면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죠. 맥도날드 홍보를 한다고 맥도날드 이야기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거든요. 
 
(정리하자면)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대해 지식을 꾸준히 쌓고, 센스와 판단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을 설득해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이 홍보인의 일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Q. 홍보 담당 상무로서 일하면서 여성 리더로서 특징이 도움이 되었나요. 
 
“맥도날드에는 여성 임원이 많습니다. 매장 총괄, 마케팅 등 주요 포지션에 여성 임원이 많이 있습니다. 저 역시 여성이고, 협업하는데는 어려움이 없습니다. 격의 없이 수다를 떨 때도 많은데, 때로는 이런 수다가 업무 협업에 도움이 될 때가 있습니다. 서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공감을 하고, 업무 현안에서 더 나은 방안을 떠올릴 수 있는 것이죠.”
 
Q. 후배 여성 직원들은 어떤가요. 상무님이 과장이나 차장이었을 때와는 다소 다른 점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젊은 직원들은 당연히 제 세대와는 차이가 있죠. 회사에서 기성 세대와 신세대의 갭을 줄이는 것 역시 중요한 목표 아니겠습니까. 다행히 우리 회사 내에서는 나이 든 사람, 직급이 높은 사람만 목소리를 내는 문화가 아닙니다. 직급이 높은 사람들도 후배 직원에게 어떠한 요청을 할 때 굉장히 조심스럽습니다. 또 서로를 배려하고자 노력합니다. 
 
하지만 사고방식은 분명히 다르죠. 그 다양성을 중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외식업의 특성상 젊고 트렌드에 민감한 2030세대가 주된 고객층이기 때문에, 젊은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더 중요할 때도 많습니다. 
 
저는 조언이라기보다는 먼저 직장생활을 길게 한 선배로서 제안을 하자면 ‘조금 더 욕심을 갖자’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막연하게 오늘 주어진 업무를 잘 완수할지에 대한 고민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런 일상의 치열함 속에 10년 후, 20년 후의 미래를 그려봤으면 합니다. 그리고 욕심을 조금 더 내십시오. 그런다면 우리 여성 직원들도 회사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리라 생각합니다.”
 
Q. 상무님은 하루 일과 중 시간을 반드시 내서 진행하는 습관이나 행동 같은 것이 있습니까?
 
“하루에 한 번씩은 1시간 이상의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전에는 오전에 운동을 했는데, 저녁 시간으로 바꿨습니다. 저녁에 해야 운동 시간을 더 길게 잡을 수 있다는 남편의 조언을 받아들였습니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힘들어서 업무에 지장을 줍니다.” 
  
Q. 일과 가정의 양립은 오늘날 많은 여성 직장인들에게 고민거리인데요. 상무님도 일과 가정의 양립으로 인한 고민이나 위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솔직히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업무의 특성상 회사 일이 6시에 딱 끝나는 것도 아니고, 업무 미팅도 많았습니다. 육아가 어려웠죠.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덕분에 지금은 대학 3학년으로 잘 커줬습니다. 
 
제가 육아에 있어서 세웠던 원칙은 한 시간을 함께 하더라도 퀄리티 있는 육아, 퀄리티 있는 교감을 하는데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제 아이는 지금은 미국에서 유학 중인데요. 한 번 전화 통화를 하면 지금도 한 시간 반씩 이야기를 합니다. 아이와 교감하고, 대화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많은 가정에서 아이가 훌쩍 자라고 나면 대화가 단절되는 것을 많이 봅니다. 엄마로서 얼마나 오래 함께 하느냐에 너무 집착하기보다, 대화나 교감의 질에 집중하기를 권합니다.”
 
Q.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었습니다. 한국맥도날드는 어떤 변화가 있나요. 
 
“다행히 영업적인 측면에서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배달이 늘고 드라이브스루에서 실적이 늘어난 결과입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보다) 늘었습니다. 업무을 하는 측면에서는 재택근무가 늘어났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재택근무가 늘어났습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출근 하는 일도 있고, 아예 재택근무로 일주일을 보낼 때도 있습니다. 회의는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하죠. 
 
다행히 한국은 정부 차원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아주 잘 한 국가입니다. 전 세계 맥도날드 법인 중에서 전국적으로 문을 닫지 않은 몇 안 되는 나라이기도 하죠. 국가적으로도 그렇지만, 맥도날드의 입장에서도 한국은 코로나 대응을 잘 한 국가로 꼽힙니다.”

 


  
Q. 코로나19로 인해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성 직장인들이 실직 등 위기에 더 취약한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안타깝죠.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에 타격이 오면서, 국적을 불문하고 어려운 기업이 많습니다. 하지만 기업은 항상 위기가 (크고 작게) 있었고,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본인의 사명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내 약점을 채워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 역시 주류회사를 그만두고 유학을 준비하던 7개월 동안 공부를 부던히 했습니다. 시험도 치고 원서도 쓰느라 마음이 바빴지만 돌이켜 생각하면 아쉽습니다. 그 때 조금 더 여유있게 공부를 하고 준비를 더 잘 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지금은 실직의 위기를 겪고 있는 여성들에게도 치열하게 준비를 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업무 현장으로 복귀하면 시간이 다시 없습니다.”
 
Q.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는 기업의 인재상도 달라지지 않을까 싶은데요. 여성 구직자들이 더 갖춰야 할 덕목이나 알아두어야 할 트렌드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코로나19로 인해 인재상의 본질이 바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맥도날드를 중심으로 이야기하자면, 본인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낼 수 있는 인재가 앞으로도 필요합니다. 다만 여성 직원들은 의외로 유연성이 부족합니다. 나 자신의 업무에만 집중하려다, 시야가 좁아지는 경향이 때때로 보입니다. 큰 그림을 보십시오.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항상 체크해 두십시오.”
 
Q. 끝으로 우먼스플라워 독자들을 위한 조언의 메시지를 남겨 주십시오.

 

“국내에서는 여성 임원이라고 하면 독한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모든 여성 임원이 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집에 가면 아이의 엄마이고, 아내이자 누군가의 며느리입니다. 밤새 일하는 사람만 임원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저 역시 평범한 사람입니다. 누구나 임원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 했지만, 우리 여성들도 욕심을 더 내야 한다는 말을 한 번 더 강조하고자 합니다. 옛날에는 본인이 욕심을 내더라도 사회에서 안 받쳐주면 뜻을 이루기 어려웠죠. 지금은 여성 임원에 대해 열려 있는 직장이 많습니다. 물론 그만큼 스스로에게 ‘이만하면 됐다’ 같은 안이한 평가를 내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저는 지금도 남편이 일한다고 내가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나는 김기화고, 내가 있는 환경에서 내 목소리를 내왔고, 내게 한계는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노력해 왔습니다.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내 페이스 대로 하면 기회는 나의 것입니다.”
 


◇비타민 선물=우먼스플라워는 김기화 상무에게 비타민을 선물했다.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일에 전념하는 여성 임원으로서 건강도 챙기면서 일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고, 다른 하나는 부하직원들과 신바람 나는 일을 하는 ‘비타민 같은 상사’로 맹활약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전국, 전 세계의 여성 임원들에게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낸다.
 
우먼스플라워 박종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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