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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빗물 받아 텃밭 가꿔요” 서울 한복판 친환경 공동체 ‘삼덕마을’ 가보니 

 


사실 안 믿었다. 내가 30여 년간 살아온 고향 정릉동에 친환경마을이라니. 아무리 정릉이 강남이나 송파, 목동 같은 버블세븐 지역에 비해서는 고즈넉한 분위기가 있는 동네라고는 하지만, 남의 고향을 너무 시골처럼 바라보는 것 아닌가 하는 편견을 지울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참가 신청을 하게 된 것은 적어도 친환경에너지와 에너지 절약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였다. 
 
하지만 내 편견은 보기좋게 무너졌다. 불과 우리 집에서 지하철 세 정거장 남짓한 곳에 있는 동네에서는 주민들이 정말로 태양광을 활용해 에너지 절약을 하고, 빗물을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정화해 텃밭에서 토마토, 고추, 상추 등을 기르고 있었다. 맨드라미나 천일홍 같은 꽃도 빗물을 먹으면서 자라고 있었다. 바로 서울 시내 대표 청정마을로 꼽히는 ‘삼덕마을’이다. 
 
삼덕마을은 주민들이 자원봉사와 자치를 기반으로 이끌어나가는 공동체마을이자 친환경 에너지 마을이다. 심지어 주변 상권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마을회관에 그 흔한 커피머신도 갖다 놓지 않았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지난 15일 기자는 서울YWCA 회원 및 일반 시민 등 30여명과 함께 삼덕마을 탐방에 나섰다. 강선향 삼덕마을 주민공동체 운영위원회 총무의 진행으로 삼덕마을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삼덕마을은 서울 성북구 정릉동 716-8번지(구 주소) 일대에 500명 가량의 주민이 사는 공동체마을이다. 마을회관 역할을 하는 주민공동이용시설은 지난 2017년 개관했으며, 20여명의 주민들이 자원봉사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최상위 콘셉트는 효(孝), 선(善), 청(淸) 세 가지 덕이 있는 마을이다. 지하철로는 경전철 우이신설선 북한산보국문역 인근이다. 
 


 
이 마을을 운영하는 주체는 삼덕마을 주민공동체 운영위원회다. 주민공동체는 에너지자립마을로서 삼덕마을의 정체성과 주민 실천을 이끌고, 마을 돌봄활동을 진행하며, 주민 여가 프로그램 운영 등을 추진하고 있다. 삼덕마을에 있는 중식당을 비롯, 쉼터 역할을 하는 노인의 집, 삼덕마을 내 작은카페 등이 표시돼 있는 마을지도도 한 장씩 받았다. 
 
또한 이날 세미나에서는 삼덕마을의 태양광 활용 에너지절감 현장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 동네 주민 동의를 받은 10가구 가량을 방문했다. 주민공동체 운영위원회 박영섭 회장의 자택에는 커다란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었다. 그 덕분에 3대가 사는 집에서 에어컨을 여름에 펑펑 틀어도 전기세가 월 2만원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이 지역 주민들은 또 집에 나무로 된 커다란 ‘빗물저금통’을 사용한다. 빗물을 받아 정화한 뒤, 수도처럼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이다. 이들 주민들은 빗물저금통의 물을 활용해 상추나 토마토 등을 텃밭에서 키운다.

 

 


주민들의 공동체 수익 사업으로는 고추장이 꼽힌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항아리에 담가서 만드는 고추장이다. 공장에서 만든 것과는 다른 어머니의 손맛이 느껴진다. 맛이 좋아 입소문이 나면서 수익 사업으로 판매하고 이를 공동체 사업에 활용한다고 한다. 오전 강의를 듣고는 그 고추장에 비빔밥을 먹었다. 
 


몇 년 전부터 삼덕마을은 에너지절약과 친환경 에너지 문제에 관심이 있는 청년층 등의 방문이 꾸준하다.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 보면 대학 동아리부터 동호회 등 다양한 계층의 방문 후기가 올라와 있다. 
 


태양광 발전이나 빗물을 받아쓰는 것 등 삼덕마을의 생생한 사례는 기자는 물론 참가자 모두에게 좋은 귀감이 됐다. 그 자리에서 감탄하는 목소리도 쉽게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파트나 빌라에 사는 일반 주부가 실천하기에는 쉽지 않은 점도 있다. 이를 위해 삼덕마을 측에서는 간단한 행동 액션을 제시했다. 두 가지 정도를 소개한다.
 
하나, 집에서 멀티탭을 쓴다. 매번 안 쓰는 TV 등 가전제품을 꺼두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생각보다 번거롭다. 이에 안 쓰는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대기전력을 차단할 수 있는 멀티탭을 사용한다. 
 
둘, 비가 오는 날 물을 받을 수 있으면 받아둔다. 수도요금을 절약하고 물을 아낄 수 있다. 

 

 

탐방을 마치고 서울YWCA에서 스마트폰 거치대를 받았다. '지구를 지키자(Save the Earth)'고 적혀 있다. 작은 실천은 지금부터다.
 
우먼스플라워 박종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