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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레터] 당신, 아이와 ‘딜’ 하고 있나요

 

며칠 전 아이와 함께 유치원 부모교육에 다녀왔습니다. 기억에 나는 단어는 ‘토큰’ 하나였어요. 블록체인 이야기가 아닙니다. 
 
토큰이란 쉽게 말하면 ‘상(prize)’ 같은거죠. 너 밥 잘 먹으면 사탕 줄게, 얘 유치원에서 공부 열심히 하면 장난감 사줄게 등… 사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에게 “아침에 유치원에 잘 등원해야 산타 할아버지가 크리스마스 때 선물을 사준다”는 말을 하고 있는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가요. 저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하지만 토큰이 너무 과도하면 아이가 점점 더 큰 자극을 원한다는 강사님의 말씀에 잠이 확 깨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부모교육에 졸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수강생이 열 명도 안 되거든요.) 아이에게 자꾸 뭘 사준다면서 훈육을 하려하면 아이가 갖고 싶은 것은 더 많아지고, 나중에는 통제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유아교육 전문가인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어쩌나 싶었습니다. 
 
4년 여 간의 아이 육아 방식에 대해서 돌아보았습니다. “이렇게 행동하면 선물을 취소하겠다” 등 윽박지른 적도 있었던 것 같고, 어쩔 때는 아이의 행동에 대해 비판을 하면서 선물을 들먹였던 적도 있었지요. 때로는 갖고 싶은 것이 뭐냐, 너의 불만이 뭐냐면서 ‘딜’을 하려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이 됐습니다. 
 
사실 해답은 우리 독자님과 저희 등 모든 부모들이 잘 알고 있습니다. 경청과 소통입니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거나 반항을 할 때에는 당연히 그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물론 아이에게서 ‘그냥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는 설명을 들은 적도 있습니다.) 그 이유에 귀 기울이고, 더 잘 이해하고 키워가는 것이 부모가 할 일 아닐까 하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답이 없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을 확인하지 않고 엄마 손을 놓아버리고 뛰어다니는 행동이나, 지하철 승강장에서 멋대로 돌진하는 등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행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가르칠지 모르겠습니다. 수업에 참여한 동료 어머니는 제게 “안전 관련한 문제는 미안하지만 엄하게 혼을 내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저 역시 고민을 더 해보겠습니다. 

 

오늘도 저희 아이는 놀이에 바쁘다는 핑계로 소변을 참았다가 배가 아프고 나서야 실토했습니다. 혼내려다가 참았습니다. 이렇게 저도 성숙해 지는 것이겠죠. 
 
우먼스플라워 박종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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